관악뿌리재단을 응원하며
최영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관악뿌리재단 고문)
1960년대 이후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여 국민소득 3만달러를 돌파하고 k-pop, 드라마 등이 세계인의 주목을 받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나라가 되었다. 그런데도 정작 우리 국민들은 왜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까? 우리사회는 불평등이 커지고 자살률, 저출생, 노인빈곤, 노동시간 지표들이 세계에서 가장 나쁜 나라가 되었을까? 오로지 나라의 목표를 수출주도형 성장에 맞추고 효율성과 산업화에만 몰두한 개발 독재시대의 유산은 많은 문제를 노출하였다. 수도권의 인구집중과 지방소멸, 점점 커지는 소득의 격차와 난개발, 대기오염으로 피폐해지는 자연환경, 교육의 서열화로 갈수록 격해지는 경쟁과 사교육, 계층과 성별에 따른 불평등과 갈등,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우리사회는 한발짝도 더 나아갈 수가 없다.
수많은 문제들을 해결해 보려고 환경, 사회, 경제, 복지, 의료, 노동, 교육, 문화, 역사 등 우리사회의 전반적인 면에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기 시작하였다. 과거의 반독재 및 민주화 시대를 넘어, 사회적 경제, 경제민주화, 복지국가, 지역균형발전, 정부의 지방이전, 인권과 평등 등 다양하고 복잡한 사회적 요구를 반영하려는 활동들이 시도되었다. 나 또한 서울환경연합, 협동조합연구소, 햇빛발전소,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 경기도교육청 무상급식추진단,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 운하반대교수모임 등을 이끌며 적극적으로 나서게 되었다. 과거처럼 정부가 주도하여 하향식으로 밑어붙여온 정책과 행정을 넘어 다양한 지역사회의 과제와 시민들의 요구를 실질적으로 반영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의 시민들이 각자의 과제들을 직접 나서서 주도하고 참여하는 지역기반 풀뿌리 참여민주주의를 실현해야 할 것으로 생각하였다. 겹겹이 쌓인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이 지역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사회의 여러 문제들을 함께 고민하고 스스로 지역사회를 발전시켜 나가는 활동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관악뿌리재단은 그동안 관악구에서 열심히 지역사회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다양한 단체와 구민들을 지원하고 서로간의 협력을 통해 지역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지역민들과 함께 하는 풀뿌리 운동을 시작하였다. 이런 재단의 고문을 부탁받고 잠시 망설였다. 누구 보다도 재단의 출범을 응원하였지만 신장병 말기에 투석을 하며 연명해야 하는 처지에 도움보다는 부담만 줄 것 같아서였다. 내 건강이 조금이라도 개선되어 뿌리재단의 많은 분들과 함께 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관악에서 30년 가까이 살았지만 서울대 밖의 이웃들에 많은 관심을 주지 못했던 나로서는 늘 미안한 마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