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 살아온지 금년으로 50년이 되었네요
차정규
(신양교회 목사, 관악뿌리재단 자문위원)
항상 고향처럼 생각하며 보냈던 이 곳. 신림동. 처음부터 맘에 들었던 곳은 아니었어요. 청소년기에 왔던 이곳은 정말 힘들고 고민스러웠던 곳이었는데 세월이 가면서 그분의 인도하심으로 동네를 보는 눈이 다시금 뜨이게 되고 이 땅의 사람들을 향한 마음이 열리기 시작하면서 저는 신나는 인생으로 바뀌게 되었어요.
모든 게 사랑스러웠고 귀한 보물처럼 여겨졌고 아직도 제가 머물고 있는 이곳, 전부터 이름 지어지기를 밤골이라고 한 이곳을 보면 가슴이 뛰고 무엇인가 해야 할 것들이 있어서 감사한 곳이었습니다. 아이들의 공부방으로부터 동네의 벌어지는 모든 일들이 한가지씩 모듬이 이루어져 함께 할 귀한 동역자들이 있어서 포도송이처럼 많은 열매가 맺혀졌습니다.
세 번의 재개발을 경험하면서 수많은 이웃들을 떠내보면서 작금의 재개발은 인간을 위한 개발이 아니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동네 안에서 만났던 아이들과 여성 노인들 그분들에 대한 마음은 쉽게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모든 건물이 헐려져 초토화된 밤골 마을을 보며 그분들의 삶의 흔적들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을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제가 사역하고 있는 교회 어딘가에 남겨 훗날 살았던 분들이 찾아볼 수 있도록 하려 합니다.
아직도 재개발은 진행 중인데 남겨진 지역은 안타까움으로 바라볼 뿐입니다. 감사하게도 지역 안에 여러 단체가 모여 마음을 모으고 있어 기대됩니다. 특히 뿌리재단의 출현은 시민사회 운동의 확실한 대안이라는 생각에 너무나 기뻤습니다. 다양한 사역들을 통해 아래로 이루어지는 조용한 변화들이 우리의 삶을 바꾸어 놓을 것이라고 기대가 됩니다. 나눔과 행동하는 양심으로 이루어 가는 사역들이 우리 사회의 시대정신을 바꾸는 통로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