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아의 선물
민경대
(관악뿌리재단 자문위원)
“선생님, 그런데요. 돌아오는데 마음이 정말 가볍고 기뻤어요.”
경아는 전학을 가라고 해도 친구와 선생님이 좋다며 이번 학년까지는 그대로 다니겠다고 하여 집에서 학교까지 1시간 거리를 버스로 통학을 했어요.
“선생님, 저 돈 많지요?”
경아의 부모님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늘 약간의 비상금을 챙겨 주었어요. 경아에게는 그것이 일종의 용돈이기도 했고요. 경아는 돈을 쓸 일도 그다지 없었지만 언젠가 자기가 갖고 싶은 것을 사거나 누구에겐가 선물을 하기 위해 돈을 차곡차곡 모았던 거예요.
그러던 어느 날, 경아는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타러 가는 길에 엎드려 구걸하는 사람과 마주쳤어요. 매일 마주치는 풍경이었지만 그날따라 발걸음이 그 자리에 멈춰졌다고 합니다. 경아는 한참을 그 걸인과 지나가는 사람들을 지켜보고 있었다고 합니다. 경아는 그 자리에 서서 자기의 지갑을 열었다 닫았다 하다 결국 집으로 돌아갈 버스비만 남기고 그동안 모은 돈을 모두 그 걸인에게 주었다고 합니다.
“경아야, 니가 몇 달을 모았던 돈인데…. 아깝지 않았어?”
“아까운 마음이 들어서 한참 동안 지갑만 만지작거리며 서 있었지요. 그런데요, 자꾸 선생님이 들려주신 얘기가 떠오르는 거예요. 그래서 버스비 빼고 다 드렸어요. 대신 선생님께 드릴 선물은 없어요.”
경아는 그러면서 정말 환하게 웃었습니다.
이제 50대 초반의 나이가 되었을 텐데……
그러나 4학년 당시의 경아의 환한 웃음은 지금도 저에게 늘 선물처럼 다가옵니다.
아, 당시 우리 반 친구들에게 들려준, 경아를 갈등하게 했던 얘기가 무엇이냐고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짐작할 겁니다.
세상 모든 사람이 어디선가는 들었을 아주 평범한 이야기였기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