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브리의 불편함
정현경
(연대가치공작단)
내내 마음이 불편합니다. SNS 채널은 어느새 지인들의 생생한 모습이 사라지고 ‘지브리 화풍’의 인공지능(AI) 이미지로 점차 채워지고 있습니다. 챗GPT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개발기업인 오픈AI 수익이 올해 20조를 예상한다는 기사까지 합세되니 불편을 넘어 분노까지 생깁니다. 인공지능(AI)의 발달로 인류가 누리는 편리함과 유용함이 분명 있지만, 동시에 정보 격차, 기술 사용의 양극화, 시민들의 정보를 기반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대기업의 몰염치라는 그림자도 짙어지고 있습니다.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SNS 채널에 표현된 이미지는 자신의 모습이나 추구하는 정체성, 혹은 현재의 상태를 은유적으로 표현합니다. 이미지를 보고 지인의 개성을 상상하거나 다양한 페르소나에 공감하고, 오늘의 감정을 유추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이면을 마주하거나 힘든 일상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러나 인공지능 이미지에서는 사람이 없어지고 오로지 ‘지브리 화풍’만 남아 있습니다. 똑같은 색채, 비슷한 신체 이미지, 유사한 맥락 속에서 내가 알던 ‘그 사람’은 점점 희미해집니다.
건강한 지역공동체를 위해 고립, 고독, 외로움과 같은 사회문제를 함께 해결하려는 다양한 노력들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사람을 밖으로 이끌고, 이웃과 이웃의 관계를 돈독히 하려면 무엇보다 서로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일이 중요합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익숙해질 때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브리 화풍의 인공지능 이미지 생성’이라는 열풍을 단순한 놀이문화로만 받아들이기 힘든 저의 불편함이 조심스럽습니다. 기술, 산업, 과학의 발달로 많은 부분이 기계와 로봇으로 대체되면서 인간의 역할과 공동체성은 더욱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사람이 사라진 자리를 똑같은 그림체의 인공지능 이미지가 대신 채우는 현상을 바라보며, 관계를 통해 성장하는 우리 사회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자꾸만 묻게 됩니다.
2025년 4월 9일 쓰다.
연대가치공작단 단장 정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