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리 같은 마음으로...

박미향

(교육공동체 모두 대표)

돌아보니 쉼 없이 달려온 나에게 미안했습니다.

많은 일을 하면서 어쩌면 몸이 주는 신호인 것 같아서 무작정 제주 두 달살이를 떠날 계획을 세웠는데 서울이 걱정되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나의 작은 힘으로 내란 수괴를 파면시키는 데 일조했다는 것이죠. 그러지 않았더라면 내려가는 발길이 얼마나 무거웠을까요?

4월이 되면 제주는 고사리 판입니다. 고사리를 따기 위해 제주할망은 물론이고 관광객까지 몰려 산록도로 길가에 차들이 50여 대가 줄을 섭니다. 그러나 나만 아는 은밀한 고사리밭에 찾아냈고, 그곳에 도착하면 끝도 안 보이는 드넓은 벌판이 마치 내 땅 같아서 맘껏 기지개를 켜고 열심히 고사리를 땁니다. 누런 갈대숲 사이로 수줍게 고개를 숙인 고사리를 보면 나도 모르게 입가의 작은 탄성을 느낍니다.

똑! 똑! 똑!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할 고사리 꺾는 쾌감 소리입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어제 따서 오늘 없을 것 같았는데, 그 자리에 또 고사리가 고개를 쑥 내밀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고사리를 보면서 저는 우리 주변에서 하나둘씩 늘어나는 청년 공익활동가들을 떠올립니다. 한 달에 한 번씩 전해오는 관악뿌리재단 소식지를 몇 년째 읽는데, 언제부터인가는 내가 모르는 새로운 활동가들이 계속 늘어나는 것을 보면서 넓은 벌판 역할을 관악뿌리재단이 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고 있습니다.

선배가 후배를, 또 그 후배를 서로 보듬어 주는 관악뿌리재단이 고맙습니다.

그래서 나의 인생 신조는 ‘고사리 같은 마음으로’입니다.

늘 새롭게

늘 당당하게

늘 그 자리에서

우리 함께 더 열심히 살아봅시다.

• 관악사회복지, 마을다님, 강윤희, 곽충근, 구명숙, 김선희, 김숙희, 김순애, 김시애, 김향미, 김현수, 김혜경, 류홍번, 민경대, 민동희, 박범철, 박상호, 박승한, 박주영, 박진규, 박찬희, 배문호, 배태인, 김진희, 서인호, 소지영, 심순섭, 심형진, 엄덕수, 엄은희, 유보미, 유지은, 유현만, 윤홍배, 이명애, 이병모, 이영우, 이정수, 이종환, 이현주, 장남희, 전성현, 정두영, 정성광, 정은진, 정현미, 조계성, 조민혜, 조성호, 최은희, 한상삼, 한은혜, 현은주, 홍선, 황미영, 황혜신, 익명1 님께서 후원금으로 함께해주셨습니다.
• 배문호, 박수정, 이규엽, 정이윤, 이달성, 김연숙, 김범용, 전정현님 기부경매물품 후원해주셨습니다.
• 상무초밥 서울대입구역점에서 초밥 도시락 후원해주셨습니다.
  
  

대화는 숨과 같아서 너무 사소하게 느껴지지만 너무나도 중요하고 소중한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누구나 대화에 참여하고 대화에 주인공이 되는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일에 마을과 협력하고 싶습니다.

한울지역정신건강센터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