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더위를 밀어내는 몇 차례의 폭우는 기후위기를 실감하게 합니다. 어느덧 시린 가을 바람이 아침저녁의 골목 사이로 가득 실려오는 계절입니다.
시월에 명절을 맞이하여 다양한 행사들을 숨 가쁘게 준비하고 진행했습니다. 관악뿌리재단과 함께 한 횡성한우특판, 관악구청 앞과 보라매공원의 꿈시장, 상주 추석명절특판, 위즐꾸러미사업, 단체주문 과채도시락 등 다채로운 사업을 관악위즐과 함께 채워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특히 올해, 관악뿌리재단에서 처음 시도한 ‘뿌리네 공동구매 횡성한우’는 도농상생사업의 새로운 모델이자, 건강한 명품 선물을 통한 모금으로 공익활동과 지역사회를 더욱 튼튼하게 만드는 소중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농촌과 도시를 연결하여 ‘함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 관악의 마을공동체와 풀뿌리 공익단체에 기여해야 하는 사명감이 관악뿌리재단과 협동조합관악위즐이 함께할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현재 재단의 전신인 관악뿌리기금은 ‘은근한 손길’로 저에게 다가왔습니다. 비영리단체에서 활동하던 늦가을, 건강검진을 통해 폐에 이상이 있음을 알았습니다. 수술비를 걱정하는 나를 위해 단체 후배는 관악뿌리기금에 긴급히 지원을 신청하였고, 나도 모르는 사이 통장에 기금이 입금되었습니다. 처음 접해보는 ‘낯선 상황’이라 쑥스럽고 어색한 마음이었습니다. 결국은 수술을 미루고 담배를 끊으며 건강이 회복되어서 받은 기금을 돌려드렸습니다. 그렇지만 내 마음 속에 관악뿌리재단은 활동가의 ‘든든한 손길’로 남았습니다.
각종 축제와 행사가 끊임없는 10월은 지역활동가에게는 노역이기도 합니다.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기도 하지만 어떤 이에게는 상실의 계절이기도 합니다. 홀연히 세상을 떠나가는 용기 있는 운동가도 있겠지만 안타깝게 사라져가는 고독한 활동가들을 살펴보았으면 합니다.
늦가을이면 항상 떠오르는 노래가 있습니다. 쓸쓸히 사라져간 김현식 형님의 유고앨범 <내 사랑 내 곁에>가 황량한 겨울바다의 시린 파도 소리로 울립니다. 내가 사랑하는 이가 누군가에게 호소할 수 없이 처량한 상황을, 관악뿌리재단을 통해 ‘내 곁에’서 보듬어 줄 수 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사진> 김현식을 추모 졸업작품